쿠로른 전력(@kuroo_right_) 제 13회 주제 [바다] 참여 철썩이며 부서지는 하얀 포말. 부드럽게 쓸려가는 모래알. 코끝을 감싸는 소금기 섞인 바람. 기다란 코트를 걸치고 바다를 바라보고 선 쿠로오가 작게 숨을 내뱉었다. 바람을 타고 흩어지는 하얀 입김 너머로 보이는 수평선이 일렁였다. 그 날과는 다른 맑은 하늘, 쌀쌀한 날씨였지만 쿠로오의 눈은...
아가, 까만 낫을 든 사람을 보면 그 즉시 그 자리에서 달아나렴. 무엇을 하던 중이어도 괜찮아. 바로 거기서 벗어나야 해. 왜요? 왜냐면... 그 낫이 네 목에 드리우는 순간, 너는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게 될 테니까. "-그 땐 그랬는데." 까만 권총을 쥔 손이 뒷머리를 벅벅 긁었다. 건물 옥상 난간 끄트머리에 쪼그리고 앉은 위험천만한 자세 치고는 여유가 ...
새벽의 공원은 고즈넉했다. 그 고즈넉한 느낌이 좋아 아침 운동 장소를 바꾼 지도 벌써 2년째. 트레이닝복 차림으로 공원을 뛰는 사와무라 다이치의 발걸음이 가벼웠다. 조금씩 추워져가는 날씨에 입김이 하얗게 떠올랐지만 열이 오른 몸은 땀을 흘리고 있었다. *** “오, 좋은 아침입니다, 사와무라씨” “...쿠로오.” 아침부터 장난기 가득하게 저를 부르는 사람을...
-춥다. 기다란 코트 위로 목도리를 늘어뜨린 채 보폭을 넓게 해 거리를 걷던 아카아시의 입새로 하얀 입김이 새어나왔다. 이미 손목시계의 바늘은 저녁 9시를 가리키고 있건만, 거리는 대낮마냥 밝았다. 상점 창에 장식돼 노랗고 푸르고 붉은 미니 전구들과, 딸랑거리는 도어벨 소리 사이 섞여오는 캐럴의 소리, 광장 한 가운데 트리 근처에서 연인을 기다리는 수많은 ...
지난 밤, 달이 밝았습니다. 서책에 파묻고 있던 고개 잠시 들어 뜰에 내리니 밝디 밝은 초생달이 눈을 비추더이다. 낮에 꼬마애들 뛰노는 소리가 담장 너머 요란하더니 볕이 좋았었나봅니다. 그 밝던 달을 보고, 그 곁을 지키던 별을 보고, 그대에게 보내고 싶은 싯구 하나 떠올랐습니다. 당장에 들어가 적기에는 달이 너무도 아름다워 고즈넉한 밤이 너무도 아름다워,...
더 할 말은 없나. 이제야 네 목소리가 들린다. 마지막으로 묻는다. 흐릿한 눈을 들어 너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당당한 너의 모습은 더없이 비참해진 나와 비교해 더욱 아름답게 빛났다. ...할 말은 없는거냐 정녕으로, 이대로 끝내겠다는 거냐 너의 그 빛남에 가까워지고 싶었다. 너의 그 빛남에 멀어지고 싶었다. 너무도 사랑스러워서. 더럽힐까 두려워서. ...없...
흘렀다. 붙잡기도 전에, 눈길이 흘렀다. 모르는 새에, 마음이 흘렀다. 막기도 전에, 목소리가 흘렀다. 네가 못 보게, 설움이 흐른다.
매화꽃잎이 강처럼 흘러 연분홍빛 범벅인 시야로 그대가 날아들었다. 꽃잎바람 몸에 두르고 환히 웃는 그대의 미소가 매화마저 지우는 듯 화사해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기사는 언제나 용맹했다. 그가 고른 황제의 적을 망설임 없이 베었다. -기사는 언제나 곧아다. 그를 포섭하려는 수많은 권력자들에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기사는 언제나 차가웠다. 제 목숨 하나 구하려 구걸하는 이들의 목을 망설임 없이 잘라내었다. -기사는 언제나 무뚝뚝했다. 궁의 누구도 그 얼굴에 작은 미소 하나 얹힌 것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기사는...
지켜줄게. 으스대며 건네진 말에 얼굴이 달아올랐다. 너의 지킴을 받는다는 것이 좋은 것인지, 싫은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괜히 지기 싫은 아이의 치기에 흥 하며 고개를 돌려버렸다. 이후에도 난 너를 이긴 적이 없었다. 넌 늘 검을 훈련하고 있었고 난 훈련보다는 노는 걸 좋아했으니. 같이 놀자 졸라보아도 훈련을 할 것이라며 등을 돌리는 네게 몰래 혀를 빼물...
천 년!!! 그가 내게 덤벼들 듯, 울음을 질렀다. 천 년이라는 세월을, 짐은 너를 기다렸다!! 그 눈에서 떨어지는 눈물이 영롱했다. 네가 남긴, 그 마지막 말 때문에, 짐은 죽지도 못하고 기다렸단 말이다!! 아아, 가여운 사람. 그런데 너는 지금!! 아아, 사랑하는 사람. 천 년을 기다린 짐에게, 등을 돌리는 것이냐!! 그대의 안식을 방해해서 미안해. 가...
내가 가장 아끼는 자의 혼례식에 나는 가만히 앉아 너의 어린 날을 떠올린다. -물론이죠! 그 앳된 얼굴에 걸린 미소가 천진했다. -제가 제일 좋아하는 황자전하신걸요! 구름 한 점 없이 말간 얼굴이 귀여웠다. -당연하신 말씀입니다. 조금씩 청년의 태가 나는 얼굴이 단단했다. -제가 가장 흠모하는 황태자 전하시니까요. 여전히 말랑한 너의 말투가 어여뻤다. -....
조금조금 연성합니다. 지뢰컾 없음. 글러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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